변호사도 '생활苦'
10년전 비해 인원 곱절 가까이 늘어나. 사건 수임은 제자리…국선인기 치솟아
[충청일보=박성진기자]
충북에서 활동하는 A변호사는 한 달에 평균 민·형사 등 본안사건을 1∼2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올해 상반기 동안 10건을 넘기지 못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수임 사건이 최저 수임비(330만원 정도)를 넘지 못한다. A변호사는 매달 직원들 월급 날짜만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B변호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형사 사건으로 근근히 사무실을 운영하고, 가끔 지인 등의 소개로 민사 사건을 맡아 평균을 그나마 유지하는 수준이다. 매월 500만원 가량을 챙겨가도 영업을 위해 사람들과 만나 접대하다 보면 빠듯한 살림이다. 변호사 품위 유지는 커녕 '밥 먹고 살기'도 버겁다.
이 같은 변호사들의 처지는 오직 이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23일 지역 변호사 업계 등에 따르면 충북도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모두 123명이다. 10년 전(68명)보다 변호사 인원이 곱절 가까이 늘었다.
반면 사건 수임은 1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지역 변호사들의 월 평균 형사 사건 수임 건수는 1건을 넘지 못한다.
민사 등 본안 사건은 4∼5건 내외이며, 가처분 등 신청 사건은 2건 안쪽이다. 오히려 사건 수임이 줄어 들고 있는 추세다. 경기불황으로 의뢰인들이 사선 변호사보다는 국선 전담 변호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변호사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국선 전담 변호사는 개인적 사건 수임 없이 법원으로부터 매월 일정액을 받고 국선 변호 업무만 전담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국선 전담 변호사로 유능한 변호사들이 몰리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점도 사선 변호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헌재 관련 사건에서는 국선 전담 변호사의 승소율(15%)이 사선 변호사(14.1%)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선 전담 변호사의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국선 전담 변호사 경쟁률은 7.76대 1로 불과 5년 전인 2008년 2대 1보다 급등했다. 국선 전담 변호사들은 매월 20∼35건의 사건을 맡을 경우 월 600만원(세전), 1회 위촉 후에는 800만원을 법원으로부터 받는다. 골머리를 앓으며 사선을 하기보다는 스트레스 안 받고 법원에서 주는 사건만 맡고 '월급'을 받는 국선 전담 변호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선 전담 변호사와 별개로 '장사 안 되는 ' 변호사들에게 국선은 '단비'와 같은 제도다. 국선 변호사는 1건당 30만원 정도의 수임료를 받는다. 국선 변호사는 국선 전담 변호사와는 달리 사선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들에게 인기다. 재판부 1곳당 4∼5명의 변호사들이 국선을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데, 거의 모든 변호사들이 국선을 선호하고 있다.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장점 때문에 너나 할것 없이 국선을 하고 있는 추세다. 의뢰인들이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등 대형 로펌들을 선호하는 것도 지역 변호사 업계로서는 치명적이다. 수임 비용이 지역보다 월등히 높아도 전관들이 포진해 있는 굴지의 대형 로펌을 찾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지역 변호사들은 자칫 100명 이상이 속해 있는 수도권의 대형 로펌들의 '심부름'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 법률사무소보다는 로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역에서도 이미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개인을 추월한 상태다. 충북지방변호사회 소속 60% 정도가 로펌 소속이다.
여기에 로펌들이 몸집 불리기를 통한 세 확산에 나서면서 개인 법률사무소는 이제 찾기도 힘들 정도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토종 로펌'은 무려 10곳으로, 서울 등에 본사를 두고 분사무소 형태로 움직이는 로펌까지 포함하면 13곳이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률시장은 포황 상태인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리며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사무실 임대료로 못 낼 수도 있다'고 장난 삼아 얘기했는데 지금은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도 못주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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