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
법률 관련 타결안 내용
한미 FTA 타결로 법률 시장을 3단계에 걸쳐 개방하게 되었다.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이 이런 식으로 법률 시장을 개방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법률 시장을 개방하자마자 영국과 미국계 법률회사들이 진출해 독일과 프랑스의 법률회사를 인수 합병해 버렸다. 결국 자국 변호사들의 직업 영역을 외국 변호사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직업 여건 역시 프랑스나 독일처럼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일본은 법률 시장을 19년에 걸쳐 외국에 개방했다. 일본은 자국의 변호사들이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영역을 개방했다. 또한 외국 변호사들이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할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일본 변호사들이 일할 여건도 보장해 주었다.
이번 타결안에 따르면, 미국의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국제공법 및 자격 취득국의 법률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다. 국내법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우선, 국제법과 미국 법률에 관해서 자문하는 서비스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단계별 개방을 거치고 나면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법률 서비스의 경우 3단계에 걸쳐 개방을 하는데, 협정이 발효되면 외국법 자문과 외국 법률회사가 한국에 사무실을 낼 수 있다. 발효 후 2년이 지나면 국내 법률회사와 제휴할 수 있으며, 5년이 지나면 제휴를 넘어서 합작까지 할 수 있고 고용도 할 수 있다. 결국 5년이 지나면 외국 법률회사도 국내 법률회사와 거의 같은 조건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법률 시장의 변화
한미 FTA가 우리에게 전부 불리한 조항만 있는 협정은 아니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직업 분야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법률 분야는 한미 FTA 이후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선망의 대상인 변호사라는 직업도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선 법률 시장에서 고용 환경이 달라질 것이다. 대형 법률회사 간에 합병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채용은 다소 주춤하겠지만, 국제 변호사, 변호사 보조업무, 상표 업무, 화학 업무, 전자 업무에서 인력 채용은 늘어날 것이다. 아마도 공대생들이 법률회사에 더 많이 진출할 것이다. 이제 법률회사는 종합 컨설팅 회사가 될 것이다. 또한 전문 비서직에서도 채용이 다소 늘어날 것이다. 전문 비서들은 할 일이 더욱 다양해지는데, 특히 외국 특허 출원자들과 통화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국제 법률 시장이 열리고, 지식 재산권의 중요성이 높아져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고용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휴대전화로 법률 정보를 제공받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법률 상담을 받거나, 인터넷에서 법률 서식을 제공받는 등 법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 법률 서비스 회사가 등장하면서 법률 분야의 고용 전망도 밝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 법률회사에서 일을 해본 미국 변호사들에게 해당된다.
중국과 인도에 진출하려는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들로 인해 고용이 촉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대형 법률회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을 국내 법률회사들은 한미 FTA 이후에도 중국 진출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많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법률회사들이 국제 기준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법률회사가 갖고 있는 비법은 일본에 진출해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의 토종 법률회사를 빠른 속도로 인수 합병하고 있다. 인수 합병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미국화된다고 볼 수 있다.
법률이나 사건을 중개하는 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변호사들은 사무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변호사 보조직이 빠르게 성장하고, 인터넷에서 법률 상담을 하는 전문가가 인기를 얻을 것이다. 또 국내외 법률회사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을 모색하고, 국제 변호사 시장이 팽창하면서 법률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팽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한국의 토종 법률회사는 미국 법률회사에 흡수되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외국계 대형 법률회사들이 한국의 법률 시장을 장악해 토종 법률회사는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막강한 인재를 거느린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들은 한국에서 인수 합병을 통해 더욱 몸집을 부풀릴 것이 틀림없다.
변호사
한미 FTA 이후 한국의 법률 시장은 미국 변호사들이 장악할 것이다. 이런 물결은 하나의 흐름으로 분명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미국 변호사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자문을 해주는 일을 공개적으로 할 것이다. 그들은 버젓이 자기 이름을 내건 법률 사무소를 낼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중에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들이 미국 변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움직임은 미국 통상가들의 교묘한 방해로 봉쇄될 공산이 크다. 이렇듯 미국 변호사들과 한국 변호사들의 경쟁은 공정 거래 시장과 기업의 인수 합병 시장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미 FTA에 대비해 한국의 변호사들은 이제 자기만의 특유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매를 전문으로 담당하거나 기업의 공정 경쟁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선 구조를 갖춘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들은 능력만큼 보수를 받는다. 국내 법률회사도 점차 국제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한미 FTA 이후 한국의 변호사들은 미국 변호사들에게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증가하면서 국제법과 외국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출세하는 지름길로 여기고 있는 사법고시도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이후 직업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법 고시를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려고 할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로스쿨이 신입생을 받는데, 로스쿨 입학 전문학원들이 인기를 끌 것이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강사들이 고액을 받고 강의를 할 것이다.
또한 한미 FTA 이후 천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변호사도 많이 생길 것이다. 변호사들 중에도 연예계 스타 못지않은 특급 대우를 받는 변호사가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변호사 업무는 이제 시간이 곧 돈이 되는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를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이 급증할 것이다. 또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들도 전망이 밝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들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훨씬 활동할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한미 FTA 이후 많은 미국 자본이 한국의 수익성 높은 기업을 인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회사에서 국제 거래 업무 팀을 이끄는 변호사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이렇듯 한미 FTA의 흐름을 잘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낙오하는 변호사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선망하는 대상인 변호사 업종에서도 양극화는 거세게 나타날 것이다.
법률회사
영미법과 대륙법이 만나면 어느 것이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비즈니스 영역을 지배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998년에 법률 시장을 개방한 독일의 경우에서 알 수 있다. 독일에는 대형 토종 법률회사가 10개 정도 있었다. 세계 어느 법률회사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독일은 자신 있게 법률 시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독일의 토종 법률회사들은 영미법 국가인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에 인수 합병되었다. 지금은 순수 토종 법률회사가 2개뿐이다. 미국의 법률회사는 독일인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다.
한미 FTA 이후 법률 비즈니스 환경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대륙법 국가인 일본이 미국에 법률 시장을 개방하자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들이 일본의 토종 대형 법률회사 10개 중에서 5개를 합병했다. 그러고도 더욱 공격적으로 법률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 법률회사들은 변호사와 법률 카운슬러를 두고 서비스 중점으로 사업을 한다. 미국 법률회사들은 영미법의 장점을 갖고서 완고하기로 이름난 일본 법률 시장의 핵심을 장악한 것이다.
대략 2천-4천 명 정도의 변호사를 보유한 미국 법률회사들이 이제 한국 시장을 향해 몰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제프 앤더슨 앤드 어소시에이트(Jeff Anderson & Associates, P.A.)가 있다. 이 법률회사는 특히 인권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회사에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변호사와 법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한미 FTA 이후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변호사들도 등장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회사로 스콧 스콧(Scott Scott)도 있다. 한미 FTA 이후 이런 법률회사에서 할 일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법률회사는 대형 법률회사, 중소 규모 법률회사, 소형 개인 변호사 사무실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대형 법률회사와 중소 규모의 법률회사들은 한국에 적극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법률회사가 한국에 진출하면 한국인 변호사들을 많이 채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국인 변호사를 많이 데려올 확률이 높다. 영어에 능통하면 한국 사람이라도 채용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어느 로스쿨 출신인가를 우선으로 평가해서 채용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파 변호사들의 채용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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