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펌의 국제화는 외국로펌과 경쟁하며 급성장"
“우리의 진출이 거시적으로 한국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역할을 위해 한국에 사무실을 여는 것입니다.”
한국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는 김병수(45·사진) 쉐퍼드멀린 파트너변호사는 외국 로펌을 적대적 경쟁자로 여기는 한국 분위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10여년이 넘도록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대리해 그들이 미국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다가 이제 한국에서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외국법자문사사무소를 개설한다.
쉐퍼드멀린 내 유일한 한국계 파트너변호사이면서 조만간 설립할 쉐퍼드멀린 미국법자문사사무소 대표변호사를 맡을 그를 최근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만나 한국에서의 사업방향과 시장개방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사무소 설립준비는?
-사무실을 구하는 중이다. 강남에는 빈 사무실이 적어 고민이다. 진출 계획은 확정됐다. 내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즉시 외국법자문사사무소 승인신청을 낼 계획이다.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법무부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시장에 진출할 변호사 규모는?
-로펌 안에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인 2세 변호사들의 지원이 많다. 그들은 부모님의 나라에서 몇 년간 일하며 경력을 쌓겠다며 기대가 크다. 한국어를 할 수 있으며 능력도 뛰어난 한국계 변호사들에게 한국사무소를 맡길 생각이다. 변호사 숫자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나를 포함해 5~10명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주로 공략할 시장은?
-우리는 이미 한국기업들과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업들과는 돈독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업무효율성을 높이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계 기업들에 대한 미국법 자문을 우선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한국과의 일은 대부분 미국으로 와서 발생하거나 미국 내에서 발생한다. 사무실 설립은 하고 있는 일의 연장이다. 고객 곁에 사무소를 둔다면 회의를 위해 수십차례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번거로움은 없을테니까.
전초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아니다. 기존의 한국 의뢰인들과의 관계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자는 것이 진출 목적이다. 3단계 개방에 합자회사설립과 한국변호사 고용이 가능하지만 84년 동안 인수합병없이 고유의 펌문화를 간직한 쉐퍼드밀런의 특성상 그리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시장 상황을 보고 소위 ‘먹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의뢰인들과의 업무효율성을 위한 측면으로 접근한다.
한국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닌가?
-한국내의 외국 로펌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더라. 하지만 법률시장이 국제화되면 한국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활동하는데 그만큼 우수하고 편리한 법률서비스를 받게 된다. 결국 한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거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로펌들의 기존 업무가 축소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법률시장을 확장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외국계 로펌과 경쟁하면서 한국로펌이 대형화·전문화·국제화하는 등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다.
외국법자문사 자격제한에 만족하나?
-외국 변호사의 자격제한은 어디에나 있다. 미국도 있다.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며 미국 로펌에서는 별 문제 되지 않는다. 이미 미국 펌에는 한국말에 능통한 한국계 변호사가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능력을 쌓지 못한 변호사는 한국시장에 보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
쉐퍼드멀린의 장점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하나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를 해칠 위험이 있는 인수합병을 하지 않았다. 그 문화에는 독특한 인재관리와 재무관리가 있다. 우리는 모든 구성원들의 업무성과와 연봉을 매월 공개한다. 그러면서 독특한 변호사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연차와 상관없이 통과하는 경우에만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로펌 중 이직률이 매우 낮은 이유도 이러한 문화 때문이다. 재무분야로는 ‘부채가 없는 로펌경영’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미국내 대형로펌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우리는 그 기간에 오히려 파트너수를 늘렸다. 새로운 사업이나 신규 변호사 영입도 수익 범위 내에서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규모보다는 전문성을 우선하게 됐다. 수천명 규모의 대형펌들이 있지만 쉐퍼드의 전문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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