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에 지원자 몰려 로스쿨 취업재수생도 합격인원 제한에 변호사시험 경쟁률 갈수록 높아져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
서울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지방의 한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김모(33)씨는 올해 초 치러진 변호사 시험에서 낙방했다. 시험에서 떨어진 김씨는 갈수록 높아질 게 뻔한 변호사 시험 경쟁률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는 “매년 변호사 시험 합격 인원은 1500명가량인데 응시생은 계속 늘어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힘들게 합격해도 목표인 대형 로펌(법률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로스쿨 출신들이 갈수록 높아지는 변호사 시험 경쟁률과 취업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힘들게 ‘변호사 자격증’을 따더라도 로펌의 열악한 처우에 중도하차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시험에 한번 낙방할 경우 후배에게 밀려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로스쿨 수료 상태’로 학교를 떠나거나 벌써부터 ‘변호사 시험 낭인’ 대열에 합류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의 합격 기준을 입학정원 2000명의 75%인 1500명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 시험에 재응시하기 위해 고시촌을 떠도는 ‘로스쿨 낭인’이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호정 한국외대 로스쿨 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로스쿨 발전방향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서 올해 73.3%였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2017년에는 37.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불합격에 따른 응시자 수가 늘어나면서 합격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로스쿨을 졸업해도 유명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대형 로펌들이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자는 취지로 명문대 로스쿨 학생들을 ‘입도선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로펌은 특정 대학의 로스쿨 2학년생을 미리 뽑아간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대형 로펌 변호사는 “변호사 수습기간 동안 월 15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지방 로펌도 적지 않다”며 “열악한 처우에 아예 다른 직종을 고려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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