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한동안 변호사업계에서 꺼리는 업무 중 하나로 꼽혀온 ‘국선 전담변호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모집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3년 연속 10대 1 수준인데다가, 국선전담변호사를 소재로 한 TV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21일 보도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선전담변호사 선발 경쟁률은 9.23대 1이었다. 올해 3월 43명의 올해 국선전담변호사 공개 모집에는 397명이 몰려 9.23대 1의 경쟁률을, 지난해에는 41명 모집에 388명이 응모해 경쟁률 9.46대 1을 각각 기록했다.
국선전담변호사 모집 인원이 올해의 절반 수준 남짓했던 2010년엔 22명 모집에 282명이 찾아와 경쟁률이 12.81대 1까지 치솟았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2년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2006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사 인기가 높아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초창기만 해도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은 2대 1 정도였다.
‘찬밥’ 신세이던 국선전담변호사가 인기 직업으로 급상승한 것은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경제 전반이 위축돼 법률시장도 덩달아 불황에 빠졌고,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가 쏟아져 ‘밥그릇’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국선전담변호사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선전담변호사를 맡게 되면 대법원 예산에서 매월 800만원(세전·경력 2년 미만은 6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또 사법발전재단에서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운영비도 지원받는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일반사건 수임이 가능한 국선변호사와 달리 오로지 법원이 지정하는 사건만 변론해야 한다. ‘전담’이란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일반 사건은 아예 수임할 수 없다. 국선 사건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국선전담변호사제를 이용하는 피고인의 대다수가 노숙인·기초수급자 등 소외계층이다 보니 이들을 돕겠다는 불타는 사명감에서 뛰어드는 사례도 많다. 또 경력법관 임용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국선전담변호사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로 곧장 임용되지 못했을 때, 국선변호사로 몇년간 활동한 다음 판사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 성적이 상당힌 우수한 젊은인력들이 국선전담변호사에 몰리고 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현재 국내의 국선전담변호사는 총 197명. 이 중 서울대 출신(39명)을 포함해 서울 소재 대학출신자가 155명이며 지방대학 출신은 42명이다. 연령별로는 ‘젊은 피’인 30대가 116명으로 가장 많고 20대도 7명이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선전담변호사는 업무 특성상 사건수임 부담이 전혀 없다”면서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를 나라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본인 성격상 ‘영업 마인드’가 없다고 생각하는 법조인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해도 실제로 사건 의뢰인을 대할 땐 ‘을(乙)’에 불과하다”며 “큰 돈 욕심만 없다면 국선전담도 할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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