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크고 작은 소송이나 특허분쟁에 휘말리면서 변호사와 변리사 채용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전체로 따지면 국내외에 변호사만 1000명 가까이 직접고용하고 있다. 대체 이 많은 법률가들은 어떤 일을 할까.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를 포함한 11개 회사가 내년 2월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합동 인턴사원 선발 절차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지원자들은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인턴사원으로 뽑히면 8월19일부터 2주 동안 인턴실습을 하게 된다. 졸업 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식으로 입사한다. 삼성그룹이 예비 변호사를 인턴으로 모집하는 것은 2011년, 2012년에 이어 세번째다. 지지난해 9월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법무실이 아닌 일반직 직원으로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전기전자, 통신,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인 경력직 변리사도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에 변리사를 특별채용한 데 이어 7월에도 특허 분석과 계약, 라이센싱, 상표 등록 업무를 할 변리사를 뽑았다.
삼성이 변호사와 변리사 영입에 몰두하는 것은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경쟁업체와의 소송, 소비자와의 분쟁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모방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9개국에서 수조원대의 특허소송에 휘말려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가 늘어나면서 특허를 사들인 뒤 소송을 걸어 거액을 챙기는 ‘특허괴물’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삼성을 포함한 LG전자와 팬택 등 국내 제조업체가 최근 6년간 인터디지털 등에 물어준 돈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소송가액이 1억원도 안되는 소송을 수시로 걸어온다”면서 “이들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어 현지에서 적잖은 법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만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한 현직 연구원은 올해 5월 휴대폰에 초성만 누르면 비슷한 이름이 뜨는 초성검색 발명 특허를 두고 1억1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삼성전자 내에서 생긴 것이다. 해당 연구원 측은 발명자 기여도를 13.5%로 계산해 직무보상금이 305억4890억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지대를 고려해 1억원만 청구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형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와 4조원대의 상속재산 분쟁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이래저래 법률가 수요가 넘쳐나는 것이다.
법률가들의 낮아진 ‘몸값’도 삼성그룹의 변호사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낮은 연봉으로 변호사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채용된 변호사들은 법무 분야 뿐 아니라 마케팅·기획·인사 등 일반 부서에도 배치된다. 최근에는 일반 부서에서도 법률 분쟁을 피할 방법을 업무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조원부터 1억원 안팎의 소송까지 희안한 시비거리가 많아 변호사들을 늘리고 있다”며 “그룹 자체적으로 ‘준법경영’을 강화하면서 특허계약 등에 관한 변호사나 변리사의 조언을 받을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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