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억울한 사람 직접 위로·도움주는 '착한 변호사' 될 것"
"억울한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진정으로 억울한 사람이라고 판단이 서면 수임료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변호를 맡을 생각입니다. 현직 판사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을 직접 만나서 위로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그런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법관 생활 21년 5개월. 그 중 충청권 근무만 19년. 그가 선고한 본안 판결만 1만2천여건. 변호사 어수용의 간단한 프로필이다.
그는 재조(在朝) 시절 지역에서 유명한 판사였다. 그가 법복을 과감히 벗고 지난달 변호사로서 청주에서 업무를 개시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에 함께 일 할 변호사 몇 명을 섭외해 조그마한 법무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어수용 변호사는 지난 1991년 3월 법관으로 임용돼 울산지법 등을 거친 뒤 충청권 최초로 향판(지역 법관)을 지원, 최근까지 대전지법 민·형사 단독판사, 청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법복을 벗었다.
20여년의 법관 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어수용 변호사는 '자유인'이 됐다는 것이 가장 실감난다고 말한다.
"판사로서 공직생활을 할 때는 공무원 신분으로 제도와 규제 안에서 제약이 많았으나, 현재는 생각도 자유롭게 됐고, 생활도 맞춰진 틀에서 벗어나 생각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 변호사는 법관 시절 판단이 어려운 사건들에 대해서는 실체에 부합하게 판단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 상식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는 판단을 하려 고민도 많이 했다.
"사회에는 항상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재판 절차에서도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는 재판 과정에서만은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대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법관 시절 자신의 양형 철학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가 나의 양형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호손'은 인간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공통적인 죄로 냉혹한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스스로 그들의 죄를 나누어 지려고 했습니다."
어 변호사는 "'호손'은 재판관이었던 고조부 '존'이 세일렘의 마녀 소탕 때 엄혹한 판결로 아버지와 자신이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했다"라며 "법관 시절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관대한 판결을 하려고 노력한 것도 '호손'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대거 변호사 업계로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나름 해결책을 제시했다.
"새롭게 출현한 사람(로스쿨 졸업생)들이 지금은 서툴지만 머지 않아 시대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기존 변호사들이 로스쿨 출신을 채용하는 것도 기존 기득권층의 의무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이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이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어 변호사는 이어 "법조인력 구조가 급변하는 현실속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며 "국제거래 관련 법률서비스나 세종시를 겨냥한 행정 관련 법률서비스도 우리 지역에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 출신 변호사로서의 장점도 피력했다.
"법관 시절 1만2천여 건의 본안 판결을 선고했는데, 저에게 의뢰가 오는 사건 대부분이 제가 선고한 판결 범주에 포함돼 있습니다. 판결을 하면서 법관의 심리상태를 알기에 근접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변호사를 막 시작하는 초년병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채찍과 격려를 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윤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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