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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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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변호사로 제2인생 이진강 前 대한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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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똥팔이
 조회 : 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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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59073&… [2203] |
| [법조라운지] 공익 변호사로 제2인생 이진강 前 대한변협회장 |
| 욕심 버리면 길이 열려… 이제는 '프로 보노' 활동에 전념 |
“존 그리샴의 ‘거리의 변호사’라는 소설 혹시 읽었어요? 거기 보면 노숙자가 폭발물을 휴대하고 로펌에서 변호사들을 인질로 잡는 장면이 나와요. 그 노숙자가 인질들에게 협박하듯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너 프로보노(변호사의 공익활동) 해봤어?’ 해봤다고 하면 살려주는 거지. 공익활동을 하지 않으면 변호사로서 대우를 못받는 나라가 많아요. 공익활동은 변호사의 기본적 책무입니다.”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회장(69·사법시험 5회)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서 1년 8개월간의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미국의 변호사 출신 베스트셀러 소설가 존 그리샴의 ‘거리의 변호사’의 극적인 장면을 소개하며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강조했다. |
법조 3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는 법조계의 원로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등록만 해놓고 사건은 수임하지 않는다. 변호사 업무로 소득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1994년 성남지청장을 끝으로 23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검사 시절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동기생 가운데 선두 주자였다. 요직 중에 요직이라는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을 2년 동안 맡았다. “하루하루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특히 1986년부터 중수부 1과장으로 권인숙 양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같은 엄청난 시국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대 언론 창구 역할까지 하다 보니 급속히 건강이 나빠져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어요. 보통 1과장을 1년 하면 바꿔 주는데, 나는 그걸 2년이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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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몸의 균형을 잃어 퇴직한 뒤 힘들게 건강을 회복한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검사로 살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고,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어려운 이웃을 살필 여유가 없었어요. 몸이 아파 보니 건강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과한 욕심이 해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욕심을 버리니 길이 열린 것일까. 그는 성남이 아닌 서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검사로 일할 때와는 달리 ‘욕심내지 말자’라고 마음먹었다. “‘성남에서 개업하면 여유있는 생활이 보장되지 않겠느냐’라는 주변사람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전관’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선임계를 일일이 작성하며 부지런히 뛰어다녔습니다.” 당시 후배 검사들과 법조 출입 기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에게 ‘검사장급 변호사’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변호사로 개업한 지 2년 만인 1996년 가을, 일면식도 없는 서울변호사회의 정재헌 변호사가 그를 찾아왔다. 2년 전에 서울변호사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정 변호사가 그의 평판을 들은 것이다. “제2 부회장 자리를 제안하더군요. 변호사 생활도 얼마 안 했는데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검찰 선배인 이종남 전 법무장관까지 나서 권유를 해서 거절하기가 어려웠어요.” 재야 단체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97년 서울변회 제2부회장을 시작으로 1999년에는 제85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2007년에는 제44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직을 맡았다.
1999년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되자 그는 YWCA 먹거리 나누기 운동본부에 변호사회 회원과 소년소녀 가장을 1:1로 자매결연하고 매월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첫해에 230여명이 참여했어요. 한 계좌에 10만원씩 이체받아 먹거리 운동본부에 월 2000만원 이상을 전달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변회 소속 회원들은 280여 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2008년 대한변협회장 시절에는 법률구조재단 활성화에 힘을 썼다. 변호사의 대표적인 공익활동인 법률 구조활동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였다. 그래서 10대 로펌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금을 유치했다. “5년 동안 15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어요. 그 때 약속한 덕에 로펌들이 지금도 지원하고 있지요. 아쉬운 것은 법률구조활동이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기금 규모도 전보다 더 커져야 했는데 그렇게 안 됐습니다.”
2007년 발족한 대한변협 청년특별위원회(청년특위)도 그의 작품이다. “협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젊은 변호사들이 법률시장 개방과 로스쿨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어요” 그의 지원으로 구성된 청년특위는 현재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공익소송 지원과 법률구조 상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연대해 진행 중인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소송’이 대표적이다(▼하단 관련기사·법률신문 2011년 6월 13일 7면 기사 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시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 8월 위원장을 맡아 전임 박명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1년 8개월 동안 조직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화려한 외출’이라고도 했지만 재야 법조계 수장 출신으로 적절치 않은 자리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위원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직원들은 파업을 하고 있었어요.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고, 크게 보면 공익활동이라고 생각했지요. 정확하게 615일 간 위원회에서 일했는데 위원들과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협조해준 덕에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민간독립기구로 안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는 1965년 고려대 법대 4학년 때 제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자는 고작 16명이었다. 제헌 헌법을 기초한 당시 유진오 교수는 학자가 되라고 권유했지만, 검사의 길을 택했다. 베트남에 파병돼 맹호 사단에서 군 검찰관으로 일하면서 검사는 수사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인도 고려대 법대 62학번 동기다. 1학년 때 프로포즈한 뒤 8년만에 결혼했다. 맏아들은 이문한 부장 검사(40)다. 그는 “내가 검사로 일하는 걸 보고 진로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국민에게 신뢰받는 좋은 검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딸(39)은 국내 로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프로 보노에 전념할 생각이다. 프로 보노는 라틴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그는 법조계에 대한 신뢰저하는 공익 활동에 힘을 쏟지 않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이 법적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배 법조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어린이 법교육에 관심이 많다. “미국의 산드라데이 오코너(Sandraday O’Connor) 전 대법관이 주도하고 있는 법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고 해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온라인으로 법교육을 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 사업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도 자주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이외에 만화책 등의 교재도 제작해 교육에 활용할 생각입니다.”
후배 변호사들을 위해선 대체적 분쟁해결(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활성화라는 주제를 꺼냈다. “사법시장이 개방돼 국제 감각을 가진 젊은 변호사들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특히 국제 중재 분야는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데도 우리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비중이 아주 작아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은 우리 변호사업계의 큰 숙제입니다. ADR 활성화를 위해 조정학회와 교류 중이고, 네덜란드에서 발간된 관련 서적을 번역해서 출간할 계획입니다.”
그는 프로 보노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조 관련 기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 혼자 하기엔 벅찬 일들이죠. 사업 규모가 큰 것들이니까요. 앞으로 대한변협과 법원, 법무부, 검찰뿐만 아니라 대학과 경제단체,언론들이 협력하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 좌영길 기자 jyg97@lawtime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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