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출범한 지 5년째 접어들고 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법조인 배출의 기본 패러다임이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바뀌게 된다.
과거 권위적인 시대에 사법시험 합격은 입신양명의 지름길이었고, 그 희소성으로 한번 합격하면 평생 권력과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었다.
바로 그 매력 때문에 젊은이 수만 명이 매년 한 차례 치르는 사법시험에 청춘을 바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소수 합격자는 '개천의 용'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낙방자 대부분은 '고시 낭인'으로 인생의 쓴맛을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시대에는 더 이상 법조인만이 용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벤처 사업가든, 스포츠 선수든, 아니면 예능인이든 누구든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면 성공 신화를 이룰 수 있고, 용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요즈음 시대의 진정한 용은 LA 다저스의 류현진이나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 소녀시대, 그리고 세계무대를 누비며 벤처 창업 신화를 만들어내는 사업가들일지도 모른다.
또한 로스쿨 시대에는 법조인이라고 모두 하루아침에 입신양명하는 용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변호사 자격을 얻더라도 전공과 어학 실력, 사회 경험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 스며들어야 하며, 그 분야에서 인정받아야 비로소 용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출 변호사들은 용이 되기 위해 인권이나 소수자 보호와 같은 공익 분야에서 사회정의 실천을 위해 애쓰는가 하면, 금융, 조세, 기술, 엔터테인먼트 등의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 나가기도 한다.
한편 로스쿨 시대에는 새로운 법률 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의 배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개천의 용'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기회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혹자는 일부 사립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을 예로 들며 서민층의 법조계 진출 기회가 박탈되어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로스쿨 대부분의 등록금은 경영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보다 낮은 수준이며, 3년간 등록금을 다 합하여도 졸업 후 1년간 변호사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더구나 로스쿨 출범 당시 사회적 형평 차원에서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특별전형 제도가 법률로 도입되어 매년 입학 정원의 5% 이상 선발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아 졸업하게 된다. 로스쿨 시대에도 매년 120명씩, 오히려 사법시험 시대보다 더 많은 개천의 용이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비 시험 도입을 비롯하여 사법시험 존치, 심지어 로스쿨 제도의 폐지 주장에 이르기까지 로스쿨은 크고 작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EU 등과 맺은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법률 시장 전면 개방을 약속한 2016년 7월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로스쿨 시대에는 더 많은 법조인이 배출되고, 이들이 용이 되어 국내외 법률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스쿨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인식보다 로스쿨 제도가 가지는 장점을 생각하면서 제도 정착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신현윤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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