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변호사(32·사진)의 사무실은 법조타운이 아닌 시장 한복판에 있다. 건어물 가게, 옷 가게, 전당포, 금은방 등이 모여 있는 의정부 제일시장. 이 변호사는 이곳에 ‘동변 이미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주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변’은 동네 변호사를 줄인 말이다.
지난해 2월 사법연수원(41기)을 수료한 이 변호사는 지역사회와 교감하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당찬 꿈을 안고 시장 골목에 사무실을 열었다.
의정부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그가 사무실을 개소한 시장통은 어릴 적 자주 찾았던 곳이어서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지역유지인 부모 덕분에 임차료며 인테리어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은 간판을 도안해줬다. 온 가족이 합심해 석 달 만에 리모델링을 마쳤다.
동네 변호사 이미연 법률사무소의 첫 의뢰인은 동네 할머니였다. “지나가다 간판이 보여서 들어오셨다는 할머니는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 집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즉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니까 1년이 넘도록 주지 않던 돈을 바로 돌려주더라고요. 법정까지 가지 않고도 해결이 되는 일이었던 거죠.”
인사차 다시 찾아온 할머니는 이 변호사의 손에 화장품과 몇 만원의 수임료를 건넸다고 한다. 그는 “이때 처음으로 변호사로서의 소임을 해냈다는 보람을 느꼈다”며 “바로 이런 것이 ‘서민을 위한 지역 밀착형 동네 변호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동네 변호사를 꿈꾼 것은 사법연수원 시절, 딱딱한 법조계의 문화를 체험하면서부터다. “검찰에서 실무수습을 하면서는 딱딱한 조직문화에 좌절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동료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한 대형 로펌을 찾았을 때에도 왠지 주눅부터 들더라고요.” 이 변호사는 “법조계에 있는 내가 이 정도면 보통 사람들에게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얼마나 높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법원 앞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개업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모든 일은 쉽지 않다. 직원 없이 혼자 전화 받고, 상담하고, 버스 타고 법원에 가서 사건기록을 떼 오는 것도 직접 했다. 성폭력 피해자 법률 조력인으로 멀리 지방까지 출장도 갔다. 그러나 그는 “몸은 고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인지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2~3시간씩 상담을 하고 상담료를 받지 못한 적도 많았어요. 사무장과 같은 인력 없이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니 벌어진 일이었죠. 실컷 조언해주고도 상담료 이야기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요령이 생겨 입구에 상담료가 얼마인지를 써붙여 놓았어요.”
경희대 법학과 재학 시절 전공보다 여성학과 인권문제에 빠져들었던 그는 여성과 장애인 성폭행 등과 관련한 법률 구조에 관심이 많다. 지난 1년간 지역에 있는 NGO나 성폭력상담소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률 전문가로 활동 반경을 넓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서 “나이 들어 시장 한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민들과 일상을 나누는 할머니 변호사가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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