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김능환 前 대법관, 결국 로펌行
無恒産 무항산: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無恒心 무항심: 바른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
올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마치고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손을 도와 화제가 됐던 김능환(62) 전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아는 기자들에게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다. 다음주 월요일(9월 2일)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하기로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는 말은 맹자 '양혜왕편'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 전 대법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람은 직업을 가져야 하며 공직을 마친 사람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일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그것도 없고 평생 해왔던 영역에서 일을 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고위 공직을 지낸 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편의점에서 부인 김문경(58)씨와 함께 일하면서 검소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법조계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곧장 로펌으로 직행하는 '전관예우' 관행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재산은 2006년 대법관 임명 당시에는 1억3800여만원, 퇴직 당시엔 2억200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러운 면도 사실 있었다. 알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처지와 상황에 맞춰 생활한 것일 뿐 도덕군자 행세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이 로펌에 들어간 뒤에도 부인은 편의점을 당분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율촌 관계자는 "율촌의 정도(正道) 경영이라는 가치와 김 전 대법관의 살아온 인생 가치가 일치해 영입했다"며 "앞으로 율촌의 고문으로서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봉은 '생활을 유지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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