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설립한 트러스트, 부동산 중개 서비스 나서
'법률 자문료'로 99만원만 받아…매매 2.5억 이하면 45만원
중개사協 "법률 자문 수수료는 궤변…형사고발 등 법적대응"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6-01-14 18:38:01 송고
변호사들이 인터넷 공간에 사업장을 차리고 부동산 거래 알선에 나섰다. 이들은 중개수수료가 아니라 법률자문료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엄연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변호사들로 구성된 '트러스트 부동산(이하 트러스트)'은 지난 5일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트러스트는 부동산 매물등록, 알선, 거래 과정에서의 법률 자문 등을 한다.
트러스트 측은 변호사가 모든 매물을 직접 심사하고 등록·관리하기 때문에 허위매물이 없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매매 2억5000만원, 전·월세 3억원 이상인 경우 수수료로 99만원을 받는다. 매매 2억5000만원 미만, 전·월세 3억원 미만인 경우 45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공인중개사 수수료는 좀 더 세분화돼있다. 매매 9억원 이상인 경우 거래 가액의 0.9% 이하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2억~6억원 사이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수수료는 0.4% 이하다.
트러스트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거래할 때 매매인 경우 891만원, 전·월세인 경우 781만월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억원짜리 집인 경우 매매·전세·월세 모두 77만원이 싸다. 여기에 나아가 트러스트는 최초 1000건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25건의 매물이 등록돼있다.
공승배 트러스트 대표(변호사)는 "중개업이라는 것은 알선을 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이라며 "트러스트는 알선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않고 변호사의 업무인 법률 자문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는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러스트 부동산의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는 '중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무등록·무자격 중개행위는 불법이다.
이에 따르는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한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변호사법에서 규정한 법률사무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하는 중개행위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일반 법률사무에 중개행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변호사가 공인중개업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홈페이지 명칭에 '부동산'이 들어간 것도 문제삼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8조에 규정된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양규완 공인중개사협회 홍보실장은 "알선 행위와 법률 자문 행위를 쪼개 한쪽 행위에 대해서만 돈을 받겠다는 것은 궤변"이라며 "하나의 서비스인데 둘로 쪼갤 수 없다"고 말했다.
공승배 대표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매칭되는 과정에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매칭이 된 이후 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사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결국 문제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나 가격문제인데, 이는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법적 판단을 받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note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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