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인 충북 청주지역의 A변호사.
몇 해 전 A변호사는 충주시에서 범행을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의 사건을 수임했다.
수임료는 400만원이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재판에서 구속됐고, 수임하지 않은 추가기소만 3건이 더 늘었다.
피고인이 측은하기도 하고 변호사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꼬박 2년간 청주~충주 간 국도를 수십 차례 이상 왕복하며 추가기소 된 사건까지 모두 무료 변론했다.
유류비 등 출장비만 해도 수임료를 웃돌았다.
이런 A변호사의 노력에 돌아온 건 결국 협박이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은 잊은 지 오래였다.
다만 변호사의 능력 부재로 자신이 수감됐다며 교도소에 앉아 변호인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시작했다.
협박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결국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면회를 가 그를 달랬고, 그 뒤에야 협박은 끝이 났다.
B변호사도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1심에서 승소를 한 사건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공보수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답답한 마음에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은 가관이었다.
‘재판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주장 중 일부를 누락했다’는 주장과 함께 ‘당신의 잘못도 있으니 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황당했지만 돈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그냥 잊기로 했다.
변호를 맡아 주었던 고객들이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변호사업계의 설명이다.
수감된 피고인이 수감이유를 변호사의 잘못으로 돌리며 변호사를 협박하는가 하면 성공보수를 떼어 먹으려는 재판승소자의 억지주장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신규로 시장에 쏟아지는 사법연수원 및 로스쿨 출신 변호사, 동료 변호사들 사이의 경쟁, 적어지는 사건수임에 어쩌다 맡은 사건에서 발생하는 협박이나 성공보수를 주지 않기 위한 억지, 그야말로 변호사들은 ‘죽을 맛’이라며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청주의 한 변호사는 “협박을 한 수감인의 범죄기록을 보면 손이 떨릴 만큼의 무서운 죄를 진 사람들도 많다”면서 “협박도 많고 성공보수나 수임료를 주지 않기 위한 억지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한동안 동일부류의 사건수임을 하지 못한다”며 “줄어들고 있는 사건수임에 늘어나는 변호사들, 거기에 수임료를 떼먹기 위한 협박이나 억지까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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